글쓰기 - 쓸거리

잡보장경 - 걸림없이 살기

CreamPPang 2022. 4. 8. 06:30

 아침 저녁으로 아직 쌀쌀하지만 낮에는 포근하여 산책하기 좋다. 회사 점심시간에 바깥 공기 좀 쐬고 싶어 근처 공원이며 주택가를 거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삭막한 사무실에서 봄이 왔는지 가는지도 모르게 일만하는 비극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4월이 시작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벚꽃이 만개했더라. 어두운 회색빛 빌딩 숲 속에서도 따스한 분홍빛으로 존재감을 내뿜는 벚나무들. 그 분홍빛 아래 삼삼오오 무리지은 오피스워커들이 셀카를 찍으며 도심 속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다. 나도 하마터면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벚꽃이 주인공인, 내가 나오는 사진을 찍을뻔 했다. 그 사진은 주말에 가족들과 한강 나들이에서 찍기로 하고 카메라 어플을 닫는다.

 사무실 근처 빌라촌을 생각없이 걷다가 산 속 절에서 봤던 색색깔 연등 장식한 곳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불교포교원"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생각하고 지나치려던 때, 커다란 비석에 새겨진 글귀에 발이 멈췄다.

*잡보장경(雜寶藏經) : 121가지의 짧은 설화로 이루어진 불교경전

걸림없이 살 줄 알라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새겨보고자 속으로 몇 번을 읽어보았다. 내 방식으로 요약하자면 '상황에 맞게 감정조절 하면서 살아라'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저 중에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그렇게 하기엔 이 사회는 이미 물질만능주의고 그 속에 절어 사는 나인지라 어려운 덕목인 것 같다. 아무튼 우리 삶 속에서 맞딱뜨릴 수 만 가지 장면에서 지혜로움을 발휘할 수 있게 다시 한 번 "걸림없이 살" 가르침을 새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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