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읽을거리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CreamPPang 2021. 10. 23. 08:35

노마드라고 하면 유목민을 뜻하는데, 요즘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사람들이 꽤 많다.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집에서나 밖에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골라 자신의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 보통 소규모 쇼핑몰이나 전업 블로거들이 이에 속할 것이다. 언뜻 보면 좀 부럽기는하다. 실제로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나같은 직장인도 범위를 좀더 확장시켜 본다면 노마드족이 아닐까? 소속을 가지고 조직 안에서 일을 하지만 그 울타리가 10년 20년 나를 감싸주지는 않는다. 최근 추세를 보면 길어야 5년 남짓 되려나. 결코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는 5년이라는 시간을 가로 2M 남짓 책상 위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소속이 주는 안정감도 잠시 우리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일이라는게 대체 뭘까?' '정말 하고 싶은게 뭐지?' '이 사무실 밖에 진짜 내 일이 있을까?' 칼로 자른듯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어려운 질문들이 쏟아진다. 정답은 없지만 해답 혹은 나침반이 되어줄만한 책이 있는데, 바로 제현주 작가의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이다. 개인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 문단들을 발췌해 보았다.

-작가 : 제현주
-작가 소개 : 투자사 대표, KAIST 산업디자인 전공, 글로벌 컨설팅 업체/투자업체에서 근무. 2010년 직장을 떠난 이후 6년여간 소속 없이 책, 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콘텐츠 디렉터, 작가, 번역가, 팍캐스트 진행자, 독립 컨설턴트 등 다양한 역할을 오가며 일함.

#우리는 일이 없는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일과 내 삶을 동일시 하고 싶진 않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진 않다. 우리는 놀듯이 일하고 싶지만 놀이 대신 일을 하고 싶진 않다. 이 사이 어디쯤에서 내가 원하는 일의 방식을 규정하는 것, 자신에게 좋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그것이 일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행복해 지는 방법이다.

#사랑의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듯, 일이 놓인 조건을 직시해야 한다. 일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집착 또한 버려야 한다. 그런 집착은 일하는 우리를, 그리고 결국은 일 자체까지 망치기 마련이다. 언제고 떠날지 모르니, 발을 반쯤만 걸친 태도도 답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일이 주는 최고의 재미를 맛보지 못한다. 마음껏 사랑할 것. 그러나 객관성을 잃지 않을 것. 그 일이 아니더라도 어디서건 의미 있는 일을 또 찾을 수 있다고 믿을 것. 일의 성패가 당신의 가치를 말한다고 착각하지 않을 것. 건강한 연애에 대한 모든 원칙을 적용해도 크게 틀린 구석이 없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이란 물 위에 떠있는 부표 같은 것인지 모른다. 직업이나 직장의 이름으로 표현되는 부표. 그 부표 아래에 버티고 있는 일상이, 실제의 시간을 채우는 관계와 활동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결코 미리 알지 못한다. 그것은 도달하기 전에 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목표에 가 닿았을 때, 더 이상 옮겨갈 다른 곳이 없을 때 생생한 현실의 감각으로 다가오는 것은 부표가 아니라 그 아래의 일상이다. 실제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닿기 전엔 완전히 미지의 것이었던 일상이다. 그제야 우리는 알게 된다. 부표는 그곳에 머무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나 역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 오래 방황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택했던 전략은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피하는 것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대안 중에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알아 가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 무엇인지 조금씩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 조합이 하나의 변치 않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열정을 가질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 하나의 일을 이상화 하는 것보다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만큼 좋아하는 일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일을 대하는 모순 속에서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는 적정한 어느 지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한다 또는 그런게 꼭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지금 내가 관심가는 것들을 먼저 찾아보는게 좋겠다. 아니면 싫어하는 것부터 하나 하나 배제해 나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 나아가다 보면 사회나 외부의 것들이 만들어 놓은 연약한 울타리를 벗어나
내 스스로가 쌓아올린 견고한 울타리를 진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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