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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읽고

CreamPPang 2021. 10. 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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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표지 / 뿌연 느낌이 마치 꿈 같음.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꿈 속을 헤매다 눈을 뜬 아침이면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다 이내 포기해버린다. 꿈이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멀리 떠있는 하늘의 구름 같다.

매일 밤 베개를 베고 잠들면 육체에서 영혼이 이탈하여 어디 한바탕 유랑을 하기라도 하는건지, 혹은 내면 깊숙한 것들을 비춰주는 것일까. 이런 호기심 어린 상상의 확장과 함께 색다른 구체화를 시켜주는 소설 한 권을 최근에 읽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이미예 작가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한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얘기 나누는 걸 들었는데 S전자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직장생활 5년 정도 일하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첫 소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발표하였다. 내 편견이겠지만 이공계 출신임에도 이렇게 몰입도 있는 이야기를 펼쳐내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달러구트는 백화점 경영자이자
취급하는 제품이 우리가 잘 때 꾸는 꿈이다. 한마디로 꿈 유통전문업자라고 하겠다.

그의 백화점에서 일하고 싶어하던
주인공 페니는 현실과 비슷한 어려운 채용과정을 거쳐 합격하게 된다. 5층 건물의 백화점은 각 층별로 판매하는 꿈이 다르며 관리를 맡은 매니저들도 다들 개성이 강하다.

그들이 사는 마을도 참 흥미롭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상점가 마을. 잠이 솔솔 오도록 도와주는 주전부리를 파는 푸드트럭, 옷을 훌렁훌렁 벗고 자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가운을 입혀주는 투덜이 녹틸루카들, 후미진 골목 끝에서 악몽을 만드는 막심의 제작소, 만년 설산의 오두막에서 일하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베일에 싸인 꿈 제작자, 태몽을 만드는 아개냅 코코, 하늘을 나는 꿈을 만드는 레프라혼 요정들까지.(책 내용 발췌)

꿈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여러 종류의 꿈 중에서도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꿈
다른 하나는 떠나보낸 가족과 만나는 꿈

떠나보낸 이와 꿈 속에서 재회한다 생각만해도 눈물이 핑 돈다. 책 이야기 속 한 청년은 어릴적부터 키워주신 할머니를 꿈 속에서 만났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어 공감이 많이 되었다. 돌아가시고 열흘이나 지났을까
병환으로 가늘대로 가늘어진 다리로 거동이 불편하셨던 탓에 꽤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셨다. 병상에서 다리 주물러 드리려고 이불을 들어올렸을 때 마른 나뭇가지 처럼 앙상했던 할머니의 다리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솟구쳐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 잔상은 각인이 된 듯 하다.

가족들 곁에서는 편찮으셨지만
하늘인지 어딘지, 내 꿈 속에서는 잘 지내시고 계셨다. 나를 보시고 힘차게 다가와 한없이 자상한 미소로 두 손으로 맞아주셨다. 눈을 떴을 때 멀리 계시다는 것이 슬펐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그 곳에서는 건강히 더 즐겁게 보내쇼. 가끔 큰 손자 보러오면 좋고, 사랑합니더♡'

또 하나 꿈은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꿈 이다. 이른바 '타인의 삶'

집 회사 집 회사를 챗바퀴 처럼 돌다 주말이 찾아오면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 남자가 있다. 티비 속에는 요즘 인기가 많은 신인가수가 나온다. 온갖 스포트라이트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그의 삶에 비해 남자는 자신과 비교한다. 초라하다 의미없다 불행한가 생각하며 잠이 든 꿈 속에서 남자는 티비 속 인기가수의 무명시절 삶을 경험한다. 좁은 단칸방에서 만족스런 곡을 완성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며 창작의 고통을 인내하고 있다. 8년이라는 시간동안 사람 구실 못하고 있다는 자과감, 친구들의 연락을 피하게 되는 못난 마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들이 너무 무거워 가슴을 짓누른다.

그렇게 꿈 속에서 보름동안의 시간이 흘러가고 남자는 잠에서 깬다. 왠지 모르게 햇볕이 더 따스하게 느껴지고 현재 놓여진 자신의 시간이 가치있게 다가온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아무래도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두번째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첫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두번째 방법을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 질 수 있다.(달러구트의 말 인용)

두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행복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지금을 바꾸는 것이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어느 하나 쉽게 할 수 없다는게 씁쓸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않나. 나 같은 경우 우선 일말의 흥미 혹은 관심거리가 있다면 그와 관련된 배움의 기회를 찾아본다. 함부러 지출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기에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 가성비가 좋은 코스를 선택한다. 그리고 배워본다. 최근에는 제빵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주말 하루 통째로 다 써버리지만 의외로 재미가 있다. 도통 몸을 쓰는 일은 해보지 않아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빵돌이 유전자 덕분인지 빵을 만들고 완성돼 가는 과정을 보는게 신기하다. 주말이 더 기다려지게 된 이유가 되었다. 또한 평일 사무실에서 업무에 더 몰입할 에너지도 되는 것 같다. 토요일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할애했으니 가족과의 시간도 더 소중하게 보내게도 해주었다. 이런게 변화이고 삶의 활력소가 아닐런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니 참으로 행복하다.

꿈을 파는 상점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를 통해 소중한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까지 더듬어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2권도 나왔던데 꼭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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