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아파트에 세 식구가 복작복작 산 지 벌써 6년. 옷장은 조금씩 옷을 토해내고, 책장도 땀을 흘리듯 책을 바닥으로 떨구고 있다. 나름 취미가 독서인지라 책을 종종 사서 여기저기 쌓아 놓았더니, 아내가 언제까지 쌓을거냐며 묻는다. "다 보면 중고서점에 처분할게요." 하며 웃어 넘겼다. 책장에 자리가 없어서인지, 내 취미에 편리함을 주고 싶어서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내가 전자책 리더기를 선물해주었다. 종이 책장 넘기는데 익숙해서 전자책 버튼으로 페이지를 넘기는게 어색했다. 그 어색함도 잠시 이내 신문물의 위대함을 찬양하게 되었다. 도서유통사에 월정액권을 끊고, 추천도서목록을 살펴본다. 내가 일고픈 책이 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 읽기만해도 못 읽을 정도로 많은 도서 종류들이 있다.
최근에 읽은 책은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라는 책이다. 부제는 10년차 서점인의 일상균형 에세이.
저자는 온라인서점 MD로 다양한 책들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10년째 하고 있는 직장인이자 아내와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직업의 특성상 책읽기와 가까울 수 밖에 없고, 아이의 성장과 미래를 돌봄에 있어 많은 시간을 함께 가지고 싶어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 개인에게 집중할 시간도 소중하게, 아니 간절하게 원하는 듯 보인다. 잠을 줄여 새벽시간에 원하는 것, 독서를 하거나 업무와 연관된 글쓰기를 한다. 아내와 협의하여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도 한다. 직장인으로서, 가족구성원으로서, 삶의 주체로서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책 속의 저자의 생활과 생각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새벽시간을 활용해서 책 읽고, 관심분야 공부를 한다는 점,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오는 자괴감 과 스트레스, 아이의 미래 등 사람 사는게 다 똑같다는 옛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아이는 모유도 분유도 이유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랐다."
내 시간을 아이에게 쏟으면 아이의 행복도는 올라간다. 반면 현대 사회 속의 구성원으로서 혹은 내면적 성장 부분에서의 나는 뭔가 부족하고 불안해지는 듯 하다. 마치 놀이터 시소 같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좀처럼 균형이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내가 찾은 방법은 욕심을 조금 버리고 타협하는 것이다.
-퇴근 후 모든 시간은 가족들과 보낼 것!
-새벽시간 활용할 것!(주말에도 예외없음 단, 하루정도는 늦잠자도 됨)
-주말에는 나가서 아이가 원하는만큼 뛰어놀아 줄 것!
생각해보면 아이는 10살만 되어도 친구들과 노는게 좋다며 내 품을 떠나갈게 분명하다. 나도 그랬으니...아빠랑 노는거 재미없다며 친구 만나러 나갈 모습을 그려보면 벌써 눈물이 핑 돈다. 이제 5살이니 대략 5년 남았다. 5년 동안 아이 기억속에 남을지 잊어버릴지 모르겠지만 즐겁고 행복한 추억 남길 수 있게 많은 시간 함께할 것이다. 물론 내 시간도 잘 챙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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