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불편해서 소화가 잘되는 걸 먹고 싶거나 점심시간을 혼자 편하게 보내고 싶을 때, 찾는 저만의 장소가 있습니다. 아직 회사 동료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은 저만의 숨은 맛집인데요. 올해 초 포스팅한 이후로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가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없어지는 식당, 가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계속 찾는 괜찮은 식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겨울이 온 듯 한낮에도 서늘해져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졌어요. 동료들에게 점심 혼자 먹겠다 하고 나왔습니다. 가게가 크지 않아 2인용 테이블이 3개만 있는 공간이에요. 주로 혼밥족 혹은 2명이 와서 건강한 한 끼 먹고 가는 가게입니다. 저의 최애 메뉴인 "닭가슴살 미네스트로네"와 "포카치아"를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미네스트로네 : 각종 채소(당근, 감자, 샐러리, 토마토, 바질, 콩 등)를 넣고 끓인 이탈리아 보양식 수프
*포카치아 : 밀가루 반죽에 올리브유, 소금, 허브 등을 넣어 구운 이탈리아 빵
맑은 국물은 의외로 간간해서 소금, 후추를 뿌리지 않아도 충분해요. 담백한 포카치아를 국물에 넣으면 빵이 스펀지 같이 물을 흡수해서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답니다. 평소에 채소를 즐기지 않는 분이라도 수프의 채소들은 푹 익었기 때문에 목에 걸림 없이 편하게 드실 수 있어요. 거기에 닭가슴살이 들어가서 삼계탕 비슷하게 몸보신되는 느낌이 듭니다. 수프만 먹으면 배가 금방 꺼지는데 포카치아까지 곁들이면 의외로 포만감이 오래가서 오후 5시까지는 괜찮더라고요.
몇 십 년 전에 읽었던 책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가 생각났어요. 정확히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지만 미국인 작가가 쓴 자기 계발서였습니다. 미국인들은 아프면 닭고기 수프를 먹는다고 해요. 나름 치유와 회복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홀로 찾는 이 미네스트로네와 포카치아는 힐링이라는 의미가 생겨버렸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과 건더기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서 참 좋아요.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종종 힐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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