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쓸거리

세상 이기적인 작별

CreamPPang 2022. 11. 30. 16:29
Rest In Peace

카톡으로 부고장을 받았습니다. 익숙한 이름 석자 앞에 한자 고(故)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인은 다름 아닌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였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정지된 듯 멍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사고인가 어디 아팠었나 온갖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학창 시절 꽤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고 동아리 모임도 같이 했던 터라 성인이 된 후에도 모임을 가지곤 했었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한 최근 몇 년 동안은 만나거나 안부 연락도 거의 못 아니 안 했습니다. 사는 게 바빴다는 핑계는 이럴 때 쓰는 걸까요.

부고장을 전해준 친구도 다른 친구에게 받은 거라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통해 듣기로 심장에 이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참 미안했고 이 미안함을 표현할 상대 조차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부고장에는 발인이 다음날 아침 7시로 적혀있었습니다. 당장 장례식장으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할까 하다 멈칫했습니다. 늦은 밤 두 세시간의 거리를 다녀오면 내일 출근에 영향이 있고 더군다나 출장 일정이라 조정도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맘먹고 가면 갈 수 있는 길이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몇 년 동안 연락을 않던 친구의 부고보다 밥벌이라는 제 현실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결국 부고장의 친구 가족 계좌번호로 출신학교_이름을 적어 조의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함께 모임을 했던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전합니다. "다들 각자 있는 곳에서 OO이 잘 가라고 빌어주자." 짧은 한마디도 덧붙였습니다. 급작스런 소식에 다들 놀랐습니다. 명복을 비는 글에서 그 간 무심했던 자신들을 질타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한창 나이에 갑작스레 우리를 떠나버린 그 친구도, 아팠을 친구의 마지막 길을 곁에서 지켜주지 않은 우리도 참 이기적인 작별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세상 이기적인 작별입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날씨마저 한파라 마음이 더 춥습니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친구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작은 꽃다발을 전달하면 이 미안함이 조금 덜 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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