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피를 뽑았던 게 고등학생 때로 기억된다. 체육관에 놓인 간이침대 위에 누워 5cm가 넘어 보이는 길고 굵은 바늘이 팔뚝 깊숙이 꽂히는 걸 뚫어져라 봤었다. 진한 붉은 피가 비닐팩에 가득 채워지는 모습도 참 신기했다. 그 후로 10여 년 간 70회 넘게 헌혈에 참여했다. 그랬더니 대한적십자사에서 주는 상장까지 받았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은장은 30회 때, 금장은 50회 때. 20살부터 30대 초반까지 일부러 시간을 내어 헌혈의 집을 찾았다. 솔직히 말해서 혈액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내 따끈따뜬한 피를 나눠줘야지 하는 100% 순수한 마음은 아니었다. 한 푼이 아쉬운 배고픈 청춘이었기에 헌혈하고 얻는 문화상품권과 간식이 꽤나 달콤했다. 그런 달콤함을 얻으려고 반, 숭고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 반으로 헌혈의 집으로 향했었다. 그랬었다 예전에는.
가정을 꾸리고 난 후 부터는 아내의 만류에 못 이겨 헌혈을 쉬고 있다. 그게 벌써 7년째. 쉬고 있는 건지 발길을 아예 끊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 문득 금장은 어디에 뒀는지 뒤져봐도 책장에는 은장만 있다(그것도 눕혀져 책들에 쌓인 채로).
오랜만에 내 헌혈 기록이 궁금해서 헌혈의 집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너무 시간이 흐른탓인지 내 기록들은 삭제가 되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아이디 찾기를 해봐도 없는 정보라고 나오는 걸 보니 삭제된 게 분명한 듯. 아쉬운 마음이 든다. 헌혈 100회 참여해서 현수막 걸고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말이다.
https://www.bloodinfo.net/main.do#none
어쩔 수 없지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고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해서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고 싶다.
[헌혈 예약 방법]
- 혈액관리본부 사이트 접속
- 헌혈 예약 선택
- 가까운 헌혈의 집 선택
- 헌혈 종류 선택(전혈/혈장/혈소판) *소요시간 : 전혈 30분 이내 / 혈장, 혈소판 1시간~1시간 30분
- 원하는 날짜/시간 선택 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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