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쓸거리

최고의 쿠폰

CreamPPang 2022. 5. 28. 08:00

빨래개기/소원쿠폰
어버이날 쿠폰

5월 초에 받은 쿠폰 2장이 있다. "소원쿠폰" "빨래 개 기쿠 폰" 화려한 형광의 색채들과 서툰 손길로 삐뚤빼뚤 쓴 글씨가 매력적이다. 어버이날이라고 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들었다며 내게 주었다. 

며칠 전에는 빨래개기쿠폰을 쓰겠다 아이에게 말했다. 쪼르르 건조대로 달려오더니 걸려있던 잠옷 하나를 바닥에 펼쳐 개기 시작한다. 아니 갠다기보다는 돌돌 만다고 하는 게 맞다. 김밥을 말 듯 옷을 말았다. 그래도 "고마워, 도와줘서." 

 아이들은 대게 아빠 보다는 엄마와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 관계를 갖는다. 열 달 동안 한 몸으로 같이 있었고 세상에 나와서도 실질적으로 먹이고 재우는 사람은 엄마이기에 그렇다. 우리 아이도 물론 아빠인 나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1순위는 엄마다. 

워킹맘인 아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는 달려와 엄마를 꼭 안는다. 역할놀이 할 때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렇다. 그 모습이 흐뭇하다가도 가끔 질투가 나 "아빠도 안아줘!" 요청하면 아이는 "싫어. 내일 안아줄게." 새초롬하게 말하고 도망친다. 그때가 바로 "소원쿠폰"을 써야 할 때다. 쿠폰을 아이 눈앞에 내보이며 "소원쿠폰 쓸게. 아빠 안아줘!" 그제야 귀찮다는 듯 못 이긴 척 나를 작은 품에 안아준다. 행복한 순간. 

참 유용한 쿠폰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일회성이 아니고 여러 번 쓸 수가 있다. 한 번만 쓸 수 있는게 아니라 다음에 또 쓸 수 있다고 아이가 알려줬다. 내겐 커피 쿠폰보다 치킨 쿠폰 보다 훨씬 가치 있는 쿠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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