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읽을거리

낙랑다방기(樂浪茶訪期) - 이효석

CreamPPang 2022. 4. 6. 06:30

coffee

 커피를 처음 접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려 본다. 열 살 이전의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들을 되짚어 보면,

어른들이 노랗고 기다란 봉투 속 내용물을 종이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휙휙 저어서 마시던, 흙탕물 색깔의 그것이었다. 정확히는 인스턴트커피,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는 이제 생각만으로도 코앞에 대고 있는 듯 익숙하다. 더욱이 요즘은 집에서 단 1분만 걸어 나가도 커피집 한두 곳을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19세기 후반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조선으로 들어온 커피를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이런 커피가 1930년대 다방(茶房) 문화의 대표격이었다는 사실을 최근 이효석 선생의 낙랑다방기(樂浪茶房記)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효석 선생이 평양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글을 쓰던 그 시절에는 서울이나 평양 같은 도시 위주로 다방이 많이 생겨나던 시기였던 거 같다. 평양에만 7곳이었는데, 그중에서 선생은 커피 맛이 어설프지 않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세르팡을 선택했다. 세르팡은 중세 시대에 쓰던 뱀 모양의 관악기인데, 그 이름과 쓰임처럼 교향곡이나 관현악을 주로 들려주었다.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였던지라 사람들이 드문 시간, 오후 4시쯤 애매한 시간에 홀로 다방에 들러 삼사십분 음악 한 곡을 감상한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더 많은 다방이 생겨나서 어디 구석진 다방에 들어가서 쯤은 학생들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마도 선생은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 사람인 듯하다.

 나도 그런 시간을 중요시 하는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껴본다. 선생은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 음악, 가락()의 물결()을 따라 다방(茶房)을 찾아다니지 않았을까

 현대의 삶은 자신이 누군지 고민해 볼 겨를 조차 없이 바쁘기만 하다. 아니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외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은 이효석 선생처럼 다방(茶房)을 찾아 음악에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참 좋을거 같다. 골목골목 찾아보면 작지만 조용하고 멋스러운 커피숍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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