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눈 내리는 날

CreamPPang 2021. 12. 19. 08:50

올림픽 공원 소나무 위 까치

눈 오기를 간절히 바라던 딸아이에게 까치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바로 곧 눈이 펑펑 내릴 것이란 소식이다.

일기예보에서도 오후부터 큰 눈이 올거라하여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맑았던 파아란 하늘에 서서히 흰 구름들이 몰려 들더니 어느새 몽글몽글 하이얀 눈송이들을 뿌린다.

대설주의보라더니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온 세상을 하얗게 다 뒤덮었다.

지난 겨울에 입고 옷장 속 깊숙한 곳에 쑤셔 넣어 놓았던 스키복을 꺼낸다.

스키복에 장갑까지 장착한 딸아이는 어서 나가자 재촉하며 엄마 아빠 손을 잡아 끈다.

그렇게 좋아? 

사실 아빠도 눈을 참 좋아라 했었지. 기억으로 8살 9살 때였을거야. 눈이 잘 오지 않는 경상도에 눈이 한 번 크게 왔었어.

거의 무릎까지 쌓일 정도로 많이 왔고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눈밭을 뒹굴었지. 

눈밭에 뒤로 발라당 눞던 그 폭신한 느낌과 그 장면들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겨울이 특히 춥고 눈이 잦은 충북부로 이사온 이후에도 눈을 좋아했다.

괜히 눈 내리는 날에는 밖에 나갈 일이 없으면서 두꺼운 옷을 챙겨입고 나갔어. 괜히 눈을 맞고 싶어서.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머리에 어깨에 눈이 소복히 쌓일 때까지 걷고는 했지.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던거 같아.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의 지금은 그렇게 좋아하던 눈이 조금 성가시다고 말한다.

눈 오는 날 출근길 버스 지하철은 숨이 턱 막히게 사람들이 빼곡해서 싫고,

차를 몰고 어딜 가야하는 날에 눈 오면 행여 사고날까 걱정되고,

우리 가족들 길 가나 미끄러지진 않을까하는 생각에...

내 생활에 불편을 줄까봐 눈을 안 보고 싶다 하지만 실은 날리는 눈발을 보면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눈이 싫은 이유를 굳이 찾아 성가시다 하지만 실은 속으로 눈을 바라고 있다.

오늘도 아이의 손에 끌려 나가지만 마음 속에 사는 8살짜리 아이는 이미 먼저 밖으로 달려나갔다.

눈밭을 뒹구는 아이
올라프 친구 골라프
미니언즈와 하트 눈뭉치

짧고 굵에 온 눈 덕에 신나게 놀았다.

썰매를 끌며 눈뭉치를 던지며 눈사람을 만들며 낄낄깔깔 실컷 웃었다. 눈 덕분에.

아이와 함께 눈 오는 날을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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