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쓸거리

늦은 귀갓길의 위로

CreamPPang 2021. 10. 1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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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에서 5호선 마천행 지하철을 기다린다. 지금 시각은 늦은 밤10시. 평소 이 시간에는 꿈나라 갈 준비를 하고 세 식구가 눕기에는 좀 비좁은 침대 위에서 도란도란 뒹굴뒹굴 하는데 오늘은 참 많이 늦었다. 이유인즉슨 같은 사무실 동료가 부친상을 당하여 조문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다른 부서이긴해도 얼굴보며 지낸게 거의 3년인데 그동안 아버지가 편찮으셨다는 얘기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주변에 참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든다.

퇴근시간,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조문 가기로 했는데 화수분 같은 이 놈의 일은 쉽사리 끝을 내보이지 않는다. 겨우 겨우 떨쳐낸 후 영업팀 동료의 차를 얻어타고 나, 우리팀 임대리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출발. 누군가의 비고를 아는지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퇴근길 교통체증을 뚫고 도착해 부의금을 전달하고 조의를 표했다. 밖에 내리고 있는 비가 안까지 들이닥친듯 그의 눈가에 물기가 가득하다. "힘내라."는 말따위로는 절대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가벼운 눈인사와 "다음주에 봐요!" 말하고 돌아나왔다. 그의 아버지는 분명 아픔이나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지내실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문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가려했는데
차를 태워준 동료가 배고프지 않냐며
밥먹고 가자고 한다. 근처 맛집까지 안다니..."네, 좋아요."라고 내 맘과는 반대의 대답을 꺼내놓는다. 거기에 덧붙여 "차 태워주셨으니 저녁은 제가 쏠게요!"라는 말까지. '사회생활, 조직생활은 이런거야...' 나를 다독인다. 장정 셋이 소고기 먹은거 치고 66,000원이면 선방했다. 배부고 맛있게들 먹은거 같아 기분은 나쁘지 않다. 물론 나도 잘 먹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안주삼아 직장상사, 회사 흉보며 동료애도 다졌으니 그깟돈 몇 만원이 대수랴. 하지만 앞으로 내 지갑 열 일은 없을 것이다!

밤10시반이 넘은 지하철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다들 나같이 동료애를 다지고 귀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동료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매일 사무실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나같은 직장인들에게

오늘 하루도 애썼다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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