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쓸거리

Two Different Bosses

CreamPPang 2021. 10. 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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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일터는 혼돈의 시간이다.
한 동료의 잘 못으로 인해 조직 전체가 의심 받고 감사를 받으며 변화의 풍랑을 맞는 중이다. 가히 그 풍랑의 한 가운데 떠있는 돗단배라 할 수 있다.

잘 못을 저지른 동료는 내쫓기듯
퇴사를 했고 그의 업무는 내게 떨어졌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언젠간 나한테 올 업무겠지 생각했지만, 이리 급작스레 와 버리니 매우 당혹스럽고 거부감 마저 드는게 사실이다. 완강히 거부한다는 것은 곧 퇴사, 밥벌이를 놓아버린 다는 의미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업무에 임하는 중이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진 업무 인수인계 덕에 사무실에서의 내 시간은 9 to 6가 순식간에 흐르지만 일이 쌓여가는 속도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다.
중간중간 상사의 도움이나 상의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잘 못을 저지른 동료의 여파를
팀장님께서도 고스란히 받아
타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으셨다.
기존 업무와는 입장이 달라지는 위치이다. 팀장님 자리는 회사 근속년수 탑을 찍고 계신 부장님이 맡으셨다. 회장님의 오른팔쯤 되려나.

두 분의 스타일은 180도 차이가 나는데, 팀장님은 우산이고 부장님은 얇디얇은 우비에 비유할 수 있다.

팀장님의 우산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습기 먹어 무거운 일감들을 종종 막아주기도 하고 모진 바람 피할 수 있게 해주신다. 그에 비해 얇은 부장님의 우비는 온몸으로 비의 무게를 느껴야 하고 가끔 줄줄 새기도 한다.

언뜻 보면 장점은 우산만 있는 것 같지만 우비의 장점도 분명있다.
업무를 임하는데 있어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자세를 기를 수 있다. 물론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어야한다.

든든한 우산에 기대다보면 자칫 의존적이 돼버릴 수 있다. 조금만 어렵고 번거로운 일, 타부서와 협의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우산을 펴고 싶어졌다. 혼자 자발적으로 해볼 법한데도. 이러지말아야지 하며 우산꽂이에 고이 넣어둔다.

우비는 솔직히 입은 듯  만듯하여
그냥 앞만보고 가면 된다. 이런 일 저런 일이 있다고 보고만 잘 하고 콕콕 집어주는 것만 특히 신경쓰면 그만이다. 옷이 젖거나 감기에 걸리면 스스로 돌보면 된다. 강해질 수도 있겠지.

저마다 다른 개성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또 다시 깨닫는 요즘이다.

풍랑에 흔들리는 돗단배 위에서
우산과 우비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균형 감각을 익혀 나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잔잔한 푸른 바다에 들어서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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