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쓸거리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CreamPPang 2022. 7. 14. 18:21

제 휴대전화에는 사람인, 잡코리아와 같은 종류의 어플들이 몇 개 깔려있습니다. 꼭 구직 목적은 아니고 저 같은 직장인들이 쓴 이야기와 고민거리들을 읽고 공감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읽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글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게 훨씬 쉽더라.”

글쓴이의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현실에 순응하라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본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글쓴이는 말 합니다.

실제로 저자의 아버지는 가정 형편 때문에 원하는 학업을 포기하셨고,
다른 일을 하며 묵묵히 책임감 있게 인생을 이어 가셨다고 합니다.
그런 영향을 받고 자란 저자도 직장생활에서 허전함이 느껴질 때마다
아버지의 말을 되뇌면서 책임이라는 단어로 그 자리를 매우곤 했다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오랫동안 일 하면서 살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게 되면서 결국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아무래도 오래 지속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가 쉽지 않고 설사 찾는다고 해도 현실의 벽은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어를 전공한 저는 전자기기 제조사 해외영업부에 입사합니다.
단순히 전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만 봤고,  배경지식이 전무한 전자분야 거기에 영업이라는 직군이 제게 맞는지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3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이직을 합니다. 그 다음 직장도 비슷한 분야 수입 업무를 2년 반 정도 담당했습니다.
5년 남짓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여기는 나와 안 맞는 업계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 한 번의 쉽지 않은 이직을 했고 해가 4번 바뀌었습니다. 이 곳은 생활용품 제조사이고 구매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일상용품이다 보니 수준 높은 배경지식이 필요하지는 않고 구매라는 직무도 꼼꼼한 성향 탓에 금세 적응이 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일이 좋은 건 아닙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지 못했고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요.

제 지인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20대부터 커피가 좋아서 관련 분야에서 일했고 지금은 혼자 운영할 수 있는 규모의 커피숍을 차렸습니다. 작은 티스푼 하나,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 선곡, 커피 맛을 좌우하는 원두 선별까지 신경 쓸 게 참 많다고 하더라고요. 즐거워 보였습니다. 본인이 오랫동안 흥미를 가지고 해오던 일을 진짜 업으로 삼았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하루하루가 매일매일이 해피하지는 않았습니다. 손님이 적으면 적은 데로 걱정 많으면 많은 데로 힘들고 가끔 커피 맛이 어떻다 저떻다 진상 손님 응대에 가게 문 닫으면 수입도 0이니 맘 편히 쉬기도 어려웠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일을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고정 급여가 들어오고 원하는 날에 쉴 수 있습니다.
커피집 사장님과 다른 점이라면 좋아서 하는 일이냐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처럼 어렵네요.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고 못 찾고, 하고 안 하고는 둘째치고 문제는 주어진 현실에 얼마나 만족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Satisfaction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만족감이 적다면 다른 길을 찾는 게 맞고 그 반대라면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게 맞겠죠.

솔직히 저는 모르겠습니다. 반반이에요. 어느 날은 구름을 위를 걷고 어느 날은 바닥을 칩니다.
변화를 바라지만 두렵습니다. 능력의 한계 뿐만 아니라 지켜야 할 의무가 양손 가득이거든요. 좋아하는 게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말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계속 고민하다 보면 뭐라도 잡힐 거라 믿으며 오늘도 나름 열심히 살아내봅니다.

반응형
LIST

'글쓰기 - 쓸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당한 겨드랑이  (10) 2022.07.19
경유 값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  (6) 2022.07.18
계란으로 바위치기? 카카오 vs 구글  (5) 2022.07.13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안마  (11) 2022.07.12
의자병(Sitting Disease)  (18) 202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