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처음으로 차 없이 보내야만 했습니다. 접촉사고로 차가 망가져 일주일이나 공업사에서 손을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조수석 문부터 오른쪽 뒷바퀴 부분까지 긁히고 찌그러졌어요. 돈이 꽤 깨지고 마음도 쓰렸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저 안 다친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야죠. 그리고 저에겐 보험이 있거든요. 비록 자부담금 20%와 몇 년간의 보험료 할증이 붙겠지만. 운전은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주말에 차가 없으니 좀 불편하긴 했어요. 마트 문화센터 갈 때, 키즈카페 갈 때 모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독감 예방 주사 맞으려고 병원 갈 때는 체력 안배를 위해 택시를 탔어요. 지하철로 세 정거장 거리지만 행여나 아이 힘든데 주사 맞으면 열날까 봐서요.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택시를 탔습니다.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그새 참 많이 올랐구나 생각했어요.
60대로 보이는 기사님이 운전하시는 택시였습니다. 마스크 하나를 며칠 동안 쓰셨는지 보풀이 수북이 올라온 게 눈에 띄였어요. 5분 정도 지났을까 곧 목적지라 결제하려고 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냈습니다. 기사님이 카드를 보더니 만지작 거리지 말고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직 내리려면 좌회전에 신호 몇 개가 남았는데 결제를 해버리셨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결혼 안 하고 혼자 잠실 어디 몇 십억 아파트에 혼자 산다 택시비 몇 백 원 덜 받는 거 별거 아니라 말씀하셨어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만 돈 받는 거야 기사님 마음이기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컨디션이 별로라 하시기에 일찍 들어가시라 말씀드렸어요. 기사님은 일찍 가봐야 소주 병만 늘어난다며 웃음 섞인 푸념을 하셨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는데 기사님은 어떤 마음으로 돈을 덜 받으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결혼 안 하고 혼자 사신다니 저희 세 식구 모습을 보고 괜히 보기 좋아서 그러셨을까요?
기사님이 몇 십억 짜리 아파트에 사시는 건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고 정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분이라도 함께 할 누군가가 옆에 없이 소주병만 늘어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돈은 조금 넉넉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 있는 삶이 더 좋겠어요. 후자의 삶을 살고 있는 제가 부자라고 하셨던 그 택시 기사님보다는 사랑 부자, 마음 부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님도 부디 쓴 소주 말고 달콤한 행복을 찾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쓰기 - 쓸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엔 양꼬치 (11) | 2022.11.02 |
---|---|
갤럭시 버즈프로, 27번째 중고거래 (6) | 2022.10.22 |
연휴 후유증 (8) | 2022.10.05 |
직장 생활 인간관계 - 화 다스리기 / 먼저 다가가기 (11) | 2022.09.27 |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12) | 2022.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