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고 지는 불변의 이치와 그 가치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합니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주어진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그 의미와 평가는 가능한 것인지 심오한 질문들에 감히 답을 찾아보려 할 때도 있습니다. 아직 확실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대충 읊어보면, '랜덤으로 세상에 던져졌으니 남에게 피해 안 주면서 내 몸과 다음 잘 돌보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 가면 된다' 정도입니다. 별거라고 할 게 없는 소리지만 'Simple is Best' 아닐지. 이런 간단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어린이 도서가 있어 소개합니다.
"송아지똥" 저자 유은실 / 그림 박세영
도서관에서 아이한테 읽어줄 만한 책을 찾아 우연히 발견했는데요. 애들은 워낙 똥, 방귀라면 우습다고 난리라서 그런 종류의 제목을 검색하다 빌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탈출한 송아지가 어느 집 마당, 시멘트 바닥에 똥을 싸놓고 주인에게 잡혀 다시 돌아갑니다. 그렇게 주인공 '송아지똥'이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마당에 살던 감나무와 질경이 풀이 송아이똥에게 이름을 부쳐 줍니다. "똥또로똥" 감나무와 질경이의 이름도 참 특이했습니다. 감나무는 '리듬감', 질경이는 '평이'(평화를 사랑하는 질경이)
그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송아지똥에게 "똥은 길어야 한 계절을 살아. 살아 있는 시간이 그렇게 짧은데, 나이를 따지는 건 불공평하잖아?"라고 말하는 부분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 우리가 '나이가 몇인데...'를 핑계로 여러 가능성과 기회를 제한하는 것에 핀잔이라도 하는 느낌입니다.
송아지똥은 정말 한 계절을 지나 뜨거운 햇볕에 말라버려 소멸에 이릅니다.
"리듬감아, 평이야......, 난 곧 죽을 것 같아. 거름도 못되고."
"거름 못 되면 좀 어때? 시멘트 마당에서 태어나서 어쩔 수 없었잖아."
평이가 말했다.
"귀하게 쓰이지도 못하고."
"쓰이지 못하면 좀 어때? 기적적인 큰비가 내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잖아."
리듬감이 말했다.
꼭 귀한 존재로 세상에 쓰여져야만 가치가 있는 건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그저 존재 자체로, 있는 그대로 이미 충분한 몫이 있는 게 아닐지.
어떻게 보면 초등학생 아이에게 와닿기 어려운 메시지 같지만, 딸아이는 재밌다고 또 읽어 달라고 했습니다. 우연히 만난 책에서 저도 아이도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똥또로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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