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읽을거리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윤정은

CreamPPang 2024. 7. 25. 15:42

 장마와 더위로 잔뜩 무거워진 공기만큼이나 몸도 느릿느릿 해지고 쉽게 지치는 여름날입니다.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고자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살펴보아도 눈길을 사로잡는 무언가는 찾질 못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떠오르질 않는데 어느 외국가수의 노랫말 중에 "hard to find a good song"이라는 가사가 문득 생각납니다. 좋은 노래 찾기만큼 좋은 책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서점과 도서관에 그렇게 많고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는 것도 어찌 보면 사람들의 입맛은 참으로 각양각색이다라고 느껴집니다.

 최근 몇 주 주말에는 아이와 책 빌리러 동네 도서관을 갔었는데요. 아이꺼만 빌려오기 그래서 제꺼도 이것저것 빌려왔습니다. 크게 고민 안 하고 손에 집히는 대로 고른 몇 권 중에서 "지금 그대로 괜찮아"라는 에세이 속의 몇몇 문장들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힘들다고 도망칠 수 있는 치기 어린 젊음이 갔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던 젊음은 노력하여 얻지 않았기에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갔다. 자연스레 쌓인 나이와 경험은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남는다. 연륜 덕분에 우리는 견딘다. 지금 도망치면 어디로도 갈 곳이 없음을 알기에 어른의 삶이 이토록 쓸쓸하고 이토록 애처롭다. 이 시절의 고민이 지나가면 또 어떤 고민이 우리에게 닥칠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해소되기는 할까? 해소되는 그날에, 아 마 다른 짐을 젊어지겠지.
 
 전화가 울린다 "미치겠어, 너무 힘들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종종 내가 삶의 고단함을 호소하곤 했는데, 이번엔 친구가 수화기 너머에서 랩을 한다. 그딴 회사 때려치우라는 치기 어린 말 대신 친구가 한바탕 쏟아내어 해소될 때까지 귀를 기울여 들어줄 차례다. 이야기를 끝낸 친구는 내일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성실히 살아내겠지 어떻게 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삶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 것 같다. 어른에게 필요한 건 고단함을 토로하고 싶을 때 들어줄 수 있는 귀와 열린 마음을 가진 친구 아닐까.   

 

 자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남을 따라가는 것은 해롭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저마다 속도와 거리도 다를 테고 결승선도 없다. 결승선에 들어간 듯 보이지만, 새로운 결승선이 또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어떤 무리에 휩쓸려 무작정 달리거나 나처럼 누군가를 동경해 맞지 않는 방법으로 달려본 적 있다면 이제 멈추어 서야 한다. 뛰다 힘들면 쉬면 되고, 뛰는 게 맞지 않다면 걸으면 된다. 앞으로 걷는 게 싫다면 뒤로 걷거나 옆으로 걸어도 된다. 갈증이 나면 참지 말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예쁜 카페를 만나면 목적지는 잠시 잊고 안으로 들어가 노닥거려도 좋다. 가던 길 이마움에 들지 않으면 다시 되돌아와도 된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정해진 길도, 방법도 없다.

 

[나의 생각]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운동경기는 아니지만 시간 위에 존재하기에 앞으로 앞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멈추겠다고 멈춰 있을 수만은 없고 빨리 가겠다 한들 인생이 또 빨리 반응하는 건 아니고, 원한다고 절대 되지도 않고. 이런 이치를 저는 요즘 새삼 깨닫는 중입니다. 지금 있는 직장에서 정체감을 해소해 보고자 새로운 곳의 문을 여기저기 두르려 봤지만 반응은 영 시원찮습니다. 그냥 여기에 머물며 천천히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또 그러기엔 앞날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데 살짝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우울감에 빠질 정도로 심각하진 않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있을 거라 믿어요. 좋은 쪽으로의 변화! 

 

[어른에게 필요한 용기]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을 용기. 
고통 속에서 도망칠 용기. 
시시한 나를 인정할 용기. 
친구에게 열등감 느끼는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 용기. 
비겁하게 숨어 있다고 자책하지 않을 용기. 
이 길이 아닌 걸 알았을 때 뛰쳐나올 용기. 
게을러도 괜찮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시시하면 어떠냐고 반문하는 용기.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날 용기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는 용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걸 알면서도 뛰어가보는 용기.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 
웃고 싶지 않은 일에도 잇몸을 드러내 웃을 줄 아는 용기. 
그래도 싫을 때는 과감히 정색할 용기. 
건강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용기. 
용기 내었다 해도 매번 비겁해지는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 
졸렬한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해줄 용기.
무엇보다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줄 용기. 
이 많은 용기가 하나도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용기.

 

[나의 생각]
 이 모든 용기를 한줄로 요약한다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 일 수 있겠습니다. 선택한 적 없이 세상에 나온 우리가 제일 잘 대해줘야 할 존재는 바로 "나"인 거 같아요. 살면서 불쑥 튀어나오는 좌절과 절망에 너무 자책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지나면 곧 좋은 날이 오겠거니 생각하며 자신을 잘 보살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티브이에서 봤던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말이 생각납니다.

 

취업준비, 결혼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 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않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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