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인 최초라는 영광과 자부심을 안겨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습니다. 뜨거웠던 올해 여름, 처음 접했던 '채식주의자'의 강렬함이 제 안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있었는데 아마 저만 그런 게 아니었나 봅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한강 작가의 이야기와 문체는 충격과 여운으로 크게 한방 강타한 게 분명합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축하의 말씀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사실 작가님의 작품은 '채식주의자'만 읽어봐서 다른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한 마음이 있었어요. 인터넷서점에서 책 2권을 주문했는데, 인기가 많아서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열흘을 기다려야했습니다. '소년이 온다' '한강, 디에센셜' 이렇게 2권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아내가 먼저 읽는다고 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고, '한강, 디에센셜'을 읽어봤어요. 장편소설 1편, 단편소설 2편, 시 6편, 산문 8편이 엮인 책 입니다.
'희랍어 시간'은 솔직히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을 잡고 있었는데 결국 결말을 보지 못했어요. 어려운 단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상징적인 묘사와 은유들이 제 문학적 역량으로는 참 해석이 어려웠습니다. 단편소설도 시도 마찬가지였지만, 산문 작품들은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 공감도 가고 꽤 잘 읽혔습니다.
한강 작가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며 어찌보면 소설가, 작가가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매일 새벽 글 쓰는 모습을 보며 자라기도 했고,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읽는 것과 쓰는 것뿐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 덕에 노벨문학상이라는 큰 영예를 누릴 수 있었겠지요. 어쨌건 대단합니다!
글을 쓸 때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움직이지 못한다. 걷지도 먹지도 못한다. 가장 수동적인 자세로, 글쓰기 외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고 한 단어씩 써간다. 그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그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다행이다. 움직일 수 없어서 다행이다. 나의 것이라고 이름 붙은 삶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소년이 온다'는 이번달에 읽어보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뭐가 기억에 남는지 남겨보려고 합니다. 아내 말로는 어둡지만 잘 읽힌다고 하네요. 저한테는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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