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쓸거리

에너지 소모가 가장 심할 때는?

CreamPPang 2021. 12. 10. 21:05

회사에서 정말 바쁜 날이 종종 있다. 점심 먹고 오후 1시에 자리에 앉아 화장실 갈 짬도 없이 내리 퇴근시간까지 일하는 날도 드물지 않다. 한 달에 서너번이니 일주일에 한번 꼴이다. 녹초가 될 정도로 육체를 쓰는 건 아니지만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긴 한다. 적어도 퇴근 후 아내와 아이와 얘기 나누고 웃을 에너지는 남겨 둬야하나 그게 맘대로 되는 건 아닌듯 하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더라도 일의 순서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훨씬 괜찮다. 내 시간을 나조차 어찌할 수 없을 때 소모되는 에너지와 피로도는 어마어마 하다.

어제는 외근 일정이 있어 그 곳에서 일을 보고 퇴근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긴급한 내부회의가 있다며 본사로 복귀하란 상사의 연락을 받았다. 동 트기 전에 출발해 두시간을 달려 지방에 가서 업무를 봤다. 일의 순서도를 머릿속에 새겨놓고 움직이려는데 중간중간 태클이 마구 들어온다. 여기 저기서 전화로 업무 요청이 들어오는 통에 내 계획은 이미 흐트러진다. 본사 복귀 시간은 다가오고 일은 다 못 끝냈고 마음만 급하다. 어쩌지 어쩌지 우왕좌왕 하며 서둘러 운전대를 잡고 본사로 향한다. 세상 무거운 눈꺼풀의 무게를 온힘다해 버텨낸다. 도착하니 상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회의 자료 준비해서 보잔다.
배려라는 것을 지나가던 개에게 줘버린 건 아닐까? 세상엔 다양한 부류가 존재하는거라고 치부해버리는 편이 속 편하겠지.

어려운 사람들과 어려운 업무에 대한 회의가 끝나니 얼추 퇴근 시간이다. 근데 전혀 즐겁지 않다. 나는 내 일을 원하는, 계획한 것 만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회사에 내 시간을 담고 잡혀 산다지만 너무하단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표정 없는 얼굴로 지친 내색 않으려 하지만 주위 동료들은 묻는다.

"괜찮으세요?"
"아, 네...좀 졸려서 그런가봐요."

대충 얼버무리고 만다.

몸이 피곤한게 아니고 마음이 지친 하루, 그 영향은 애꿎은 가족들에게도 미친다.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축 늘어진 마음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미안해요, 공주님들)

회사 생활 좀 더 하면, 더 나이들면 능숙해지려나 궁금하다.

노력하자,
일체유심조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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