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리쯤 올 정도로 키가 쑤욱 큰 너,
어딜가도 품에 안겨서만 이동했었는데
이제는 토실한 두 다리로 총총 앞서간다.
좀처럼 뛰지 않는 나도 행여 넘어질까 부딪힐까 네 손을 잡고 같이 총총 거린다.
신나게 달리다 다리 아프다 쉬어야겠다 하면 나는 왼쪽 무릎은 바닥에 오른쪽 무릎은 세워 쪼그려 앉는다. 세워진 내 오른 다리를 의자 삼아 걸터 앉은 너를 보는 그 순간이 참 좋다. 눈을 맞추고 어여쁜 네 얼굴을 머릿속에 마음속에 담다보면 행복도 같이 점점 차오른다.
그러다가 문득 찡해지기도 해.
10년이고 20년이고 내 다리 위에 앉혀 놓고 싶은데 세상이 궁금한 너는 분명 여행을 떠날거란 생각에...
그 시간이 더디게 오길 한없이 공평한 시간에게 빌어본다.
언제고 멀리 갔다가 돌아오면
항상 그 자리에 있을거야.
편한 의자, 쉼터, 안식처...
여러 이름들을 붙여 놓겠어.
나는 정말이고 네게는 아낌없이 주는,
아낌없이 줄 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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