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읽을거리

그 책의 더운 표지가 좋았다 / 이솔로몬

CreamPPang 2022. 10. 7. 18:14

언제부터인가 노래로 대결을 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개 이상씩은 편성이 되어 있는 거 같아요. 포맷이 비슷하다 보니 웬만해서는 채널 고정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채널을 돌리다 귀에 들어오는 가수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복면가왕”이었고 노래 제목은 From mark(원곡:하동균).


누군지 궁금해서 계속 봤어요. 그분은 “이솔로몬”이라고 종편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입상한 가수였어요. 허스키한 중저음에 힘 있는 소리가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20대 초반에 등단한 시인이고 계속 글을 쓴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문득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해져서 바로 출판한 책을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150여 쪽의 길지 않은 산문집입니다. 시인, 문학가, 청년, 사람으로서 직면한 삶의 스치는 감상과 생각들을 써내려 놓은 책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마음에 드는 문장 남겨봅니다.

이름을 가지는 것
(…)
시인이 되어서 무언가 세상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시인이면 응당 생활은 조금 궁핍해도 펜이라는 붓으로 왕명처럼 엄중한 서신을
기울어진 벽에 붙여 저놈의 행적은 잘못되었고 우리네 터전은 이런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며
으름장이나 내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시인이 된 후로 수 차례나 바뀐 나의 일을 보며 이름을 가지는 것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모래성 같이 무너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미완성이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완전한 삶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나는 그저 불완전한 삶을 살기로 한다.

이름을 가지는 것으로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던 생각도, 그렇게 되어야만 시인으로의 완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도 모두 버려야만 진정 완성될 수 있다. 진정한 시인이 될 수 있다.
(…)

세상이 만들어 놓은 이름을 가지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불완전하지만 내 자신인 채, 있는 그대로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시인의 말처럼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모래성 같이 무너지는 일이 많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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