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지식 쌓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평균보다 큰 사이즈의 머리를 가지고 있어 뭔가 계속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나 봅니다. 재밌게 읽었던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모두 인문서적입니다. 차이점을 찾자면 지대넓얕은 우주와 지구의 탄생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이야기라면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는 지금의 상태나 결과가 있게 된 역사적인 이유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어요.
1장 세상을 보는 감각이 달라지는 다정한 교양 수업
2장 식탁 위 대화가 풍성해지는 식문화 속 세계사
3장 교양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이토록 불편한 진실
4장 충격과 반전을 넘나드는 뜻밖의 역사
5장 1퍼센트 부족했던 지적 허기를 채워줄 인물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
각 장마다 흥미로운 질문들이 참 많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의문들을 쉽게 풀어놓았어요. 명품이 비쌀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달러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을까, 중국에서 기름진 음식이 발달한 이유, 미얀마의 민주화를 가로ㅂ막는 진짜 문제,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 조선 시대 언어 천재 신숙주의 7개 국어 학습법 등등 하나 같이 흥미로웠어요.
매 질문마다 내용이 엄청 길지 않아서 출퇴근할 때 한 두 개씩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38개의 질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걸 소개해 드립니다.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될 생물 5가지는 무엇일까]
인간은 지구를 함께 쓰는 1,500만 종 이상의 생물 중 하나일 뿐이다. 한 종의 생존은 다른 종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게 생태계다. 2008년 영국 런던의 왕립 지리학회에서 이 분야 권위자들이 모여 누가 가장 중요한 종인가를 토론했다. 하나라도 없으면 인류가 위태로워지는 대체 불가능한 생물 5가지는 바로 영장류, 균류, 박쥐, 플랑크톤, 꿀벌이다.
1. 영장류 : 원숭이를 비롯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고도로 진화된 지능적인 유인원을 말한다. 열대와 아열대 숲에서 살며 그곳의 과일 등을 따 먹고 배설을 통해 씨를 퍼뜨림으로써 울창한 산림을 유지시켜 준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빽빽한 밀림 안으로 햇볕이 들어오게도 한다. 한마디로 '열대 숲의 정원사'다.
2. 균류 : 곰팡이, '자연의 청소부' 낙엽이든 동물의 사체든 이들을 분해해 빈 공간을 만들어준 덕에 새로운 생명체가 그 자릴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곰팡이가 없다면 된장이나 치즈, 초콜릿, 포도주, 커피도 즐길 수 없게 될 것이다.
3. 박쥐 : 코로나로 인해 밉상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박쥐는 '천연 살충제'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에 약 3,000마리 정도의 벌레를 잡아먹으며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한다. 대부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이기 때문에 박쥐가 없다면 해충 피해로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또한 박쥐는 바이러스 저주시다. 무려 130종이 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이들이 없다면 바이러스의 다음 숙주는 인간이 가능성이 크다.
4. 플랑크톤 : 수많은 바다 생명체의 기초적인 먹이다. 바다의 먹이 피라미드에서 그 하부를 든든히 받쳐주는 게 바로 플랑크톤이다. 뿐만 아니라 산소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쓰는 산소의 절반은 실물성 플랑크톤이 만든다. 바다 표면에 살면서 광합성 작용으로 막대한 산소를 뿜어내고, 이산화탄소의 절반을 없애준다.
5. 꿀벌 : 꽃가루 매개자이자 지구를 지키는 중요 생물 1위. "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사라진다"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이들이 없으면 마트의 식재료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대다수의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는 초식동물의 대규모 멸종을 가져와 세계적인 기아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이에 더해 지구 전역의 사막화 같은 생태계 붕괴를 가져와 결국에는 인간의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는 자료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티비에서 꿀벌의 개체수 감소를 대단히 심각하게 다루어도 그런가 보다 지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보니 정말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문득 어벤저스 시리즈의 최대 빌런인 "타노스"가 떠오릅니다. 우주와 지구의 자원 고갈과 멸종을 막기 위해 생명체 절반을 무작위로 공평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극단적이고도 무시무시한 그의 신념이 또 어떻게 보면 합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를 통해 저의 상식이 좀 더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소장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찾았어요!
일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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