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읽을거리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 긴긴밤

CreamPPang 2022. 9. 2. 05:51

 누군가의 책 추천에 유난히 눈과 귀가 반응하는 편입니다. 이웃 블로거께서 읽고 올리신 책 리뷰를 보고 마음에 들면 메모해 두었다가 찾아 읽곤 합니다. 얼마 전에는 아내가 어디서 "긴긴밤"이란 책 추천을 보더니 읽어보고 싶다 했습니다. 바로 주문을 해서 다음날 책을 받았습니다. 책 표지에 어린이문학상 대상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린이 문학? 갸우뚱했어요. 어른이 봐도 흥미로울까 하는 물음표가 떠올랐거든요. 허나 그 물음표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긴긴밤”은 어린이 문학이지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울림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 긴긴밤
긴긴밤 표지

 

긴긴밤은 코뿔소와 펭귄의 이야기에 빗댄 우리 삶의 이야기, 수많은 상실과 좌절의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흰 바위 코뿔소 노든은 안전한 삶이 보장된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 들판으로 나갑니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 그래."이 말에 용기를 얻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납니다. 그 여정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었고 앙가부라는 코뿔소 친구도 인간의 손에 떠나보냈습니다. 우연히 만난 펭귄 치부와 얼룩덜룩 반점의 펭귄 알을 보살피며 바다로 향해 갑니다. 왜 바다로 향하는지는, 왜 동행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바다를 찾아 걷고 또 걷습니다. 치부마저 노든의 곁을 떠나고 머지않아 알에서는 작은 펭귄이 부화합니다. 노든과 그 이름 없는 펭귄은 서로를 의지하며 계속 바다를 찾아갑니다. 힘든 여정과 예상치 못한 위험에 지친 노든을 뒤로하고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군.” 이 말을 품은 채 펭귄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 검푸른 바다에 도착하게 됩니다.

촉촉한 모래를 밟으며 나는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내 앞의 바다는 수도 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제 아이에게도 한 번 들려주고 싶어 졌습니다. 코뿔소가 코끼리와 헤어져 자신의 길을 떠난 것처럼, 펭귄이 코뿔소를 뒤로하고 바다를 향해 홀로 나아간 것 처럼, 언젠가 우리 아이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앞에 맞닥뜨릴 수많은 긴긴밤과 상실에 조금이나마 잘 맞서는 단단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서요. 이런 걸 조기교육 시킬 방법은 없지만 "긴긴밤"의 주인공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긴밤”의 책 표지가 여느 책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겉면이 매끈매끈한데 이 책은 어떤 특수 코팅이 되어 있는지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아요. 책 속 이야기가 마음속에 오래 남더니 책 자체도 손에서 오래 머무르는 느낌입니다. 이 느낌을 많은 분들이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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