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란 것에 매우 인색한 편입니다. 가끔 아내마저도 속마음을 얘기해달라 할 정도로요. 집에서 이 정도이니 밖에서는 어떤지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거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고 일만 합니다.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도 개인적인 얘기는 엄격한 자체 검열을 통해 빙산의 일각만 보여줍니다. 이런 저지만 블로그라는 공간에서는 제 생각과 느낌을 비교적 폭넓게 표현하는 거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작가의 인터뷰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하루 작가 인터뷰 中
저처럼 소심하고 예민해서 나서는 걸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는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고, 그 표현을 전달하고 표출하는 연습 중 하나가 ‘글을 공유하는 경험’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어딘가에 자꾸만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회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고 이하루 작가의 책까지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1
"이 글감이 내게 인상적인 이유는?"
"이 글로 전달하고픈 나만의 메시지는?"
"내가 전달할 메시지에 공감할 사람은?"
일기와 달리 에세이는 읽히기 위한 글이다. 내 글이 독자를 설득하고 공감시킬 수 있을지 냉정히 평가해봐야 한다.
#2
인생이 따분해서 쓸 이야기가 없다는 건 아직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귀를 열고 질문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3
게으름뱅이가 글감을 잡아두는 법
1. 메시지 다시 읽기 - '카카오톡'은 내가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에 휩싸였는지, 친구 또는 가족에게 보낸 카톡을 찾아보면 생생하게 기억난다.
2. 사소한 일정 기록해두기 - 크고 작은 일정을 휴대전화 달력에 기록해둔다. 회의, 선물 구매, 소음 - 관리실 전화...
3. 밑줄 대신 찰칵찰칵 - 신문, 책, 잡지를 읽다가 좋은 문장이나 이야기가 있을 때 사진을 찍거나 스크린 캡처를 해둔다.
4. 결정적 단어를 남길 것
5. 보고 또 보고 - 대충 기록하고 보관해둔 글과 자료를 심심할 때마다 열어본다.
#4
글쓰기는 상처를 이겨낼 자신만이 언어를 찾아내는 일이다.
#5
어느 날 삶이 길을 잃더라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렸으면 좋겠다. 모든 길은 이어져 있으니까. 결국은 목적지와 만날 길을 찾게 될 테니까.
#6
글맛을 살리는 묘사의 예시
1. 집 안은 조용했다.
똑똑, 집 안은 수도꼭지에서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들릴 뿐이다.
2.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일주일 내내 폭염 재난경보 메시지가 왔다. 이런 여름은 처음이다.
3. 그의 첫인상은 무서웠다.
만약 그를 어둡고 한적한 골목길에서 만났더라면 단단히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7
[알아두면 도움 되는 퇴고법]
1. 처음부터 스토리표 만들어두기
2. 문장은 짧게 줄이기
3. 문단 나누기
작가의 말 중에서 이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글쓰기는 상처를 이겨낼 자신만이 언어를 찾아내는 일이다.
덧붙이자면, 글쓰기는 자신에 대한 깊은 탐구와 이해의 길로 안내해 줍니다. 과거에서 비롯된 지금을 살펴 앞으로의 방향을 어렴풋이나마 가리켜준다고 하면 조금 과한 표현일지... 혹시 공감하신다면 일독 추천합니다.
'책 추천 - 읽을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6) | 2022.12.28 |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8) | 2022.12.19 |
[삶을 위한 수업] 오연호 (7) | 2022.11.24 |
[모순] 양귀자 (3) | 2022.11.22 |
짧은 이야기, 긴 생각(80초 생각나누기) / 이어령 (4) | 2022.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