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의 출간 소식을 접하게 된 건 이웃 블로거님의 리뷰 때문이었습니다. 작가인 채사장의 인문학 분야의 책들을 줄곧 챙겨봐 온 독자로서 그의 첫 장편소설은 또 얼마나 흥미로울지 기대가 컸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시간 내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입니다.
주인공 "소마"는 평범하고 듯 특별한 가정과 마을에서 태어나 생각지도 못한 외부의 침략과 약탈 때문에 일찍 부모님을 잃습니다. 그렇게 혈혈단신 세상과 삶 속에 내동댕이쳐진 소마는 온갖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나갑니다. 노년에 이르러 그는 계략에 의해 모든 감각을 빼앗기고 추방당합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게 되고서야 온전히 자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지나온 시간들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며 소마는 힘든 삶의 여정을 매듭짓는다는 내용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중세이고 공간적 배경은 아마도 유럽과 아시아 중간 어디쯤으로 보입니다.
종교적 가치에 기인한 두 세력 간의 충돌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중에 한 사람이 소마입니다. 가족을 잃고 온갖 고초를 겪음에도 묵묵히 헤쳐나갑니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중세시대를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책과 미디어로 학습한 중세의 이미지는 전쟁, 살육, 마녀사냥 등 살인과 죽음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소마에서 묘사되는 거친 표현들이 이해는 되지만 좀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불편했지만 몰입은 참 잘 됐습니다. 미국 드라마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왕좌의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소마가 죽음에 이르는 단계가 참 무겁게 다가왔어요. 눈 코 입 귀를 모두 빼앗겨 외부의 모든 것과 차단되고서야 진정한 내면의 여행, 자아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기도 무섭기도 했습니다. 기구하고 한 많은 주인공 소마의 인생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돈, 명예, 권력, 사랑 등 살면서 집착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건 자신 내면 속 아주 아주 깊이 있는데 있겠죠. 이번 생에 찾을 수 있다면 좋겄네요.
일독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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