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은 대체적으로 잘 읽힌다. “데미안”도 그랬고 이번에 읽은 “수래 바퀴 아래서” 또한 막힘이 없었다. 이야기의 분위기가 가볍거나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개인의 심리 묘사나 상황 비유가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인지라 독자인 나에게 좀 더 깊게 전달되는 거 같다.
[데미안 책 리뷰]
- 수레바퀴 아래서
- 1906년 출간
- 헤르만 헤세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작가 헤르만 헤세 자신의 청소년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이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헤세는 아버지와 집안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진학한다.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7개월 만에 학교에서 탈주하고 자살 기도에 까지 이르는 등 방황을 거듭한다. 시계 공장 수습공, 서점 점원을 거처 그토록 갈망하는 문학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런 작가의 삶은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에게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한스는 수려한 용모에 성실함과 재능을 겸비한 엘리트다. 뛰어난 아이의 미래는 이미 주위 사람들에 의해 정해져 있었다. 바로 신학교에 들어가 학업에 정진하여 교사나 목사가 되는 길이다.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스는 어린 시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짧은 인생의 대부분을 어려운 책만 보다 얻게 된 건 만성두통과 신학교 학생이라는 타이틀. 그렇게 염원하던 곳에 입학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도 어렵고 산더미 같이 놓인 공부에는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학교를 나오게 되고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아버지가 있는 마을로 돌아온다. 도무지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아버지가 마련해 놓은 기계수리공 자리에 들어가 보지만 그에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맞지 않는 옷을 스스로 벗어 던졌는지 아니면 사고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그의 삶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 누군가가 돌리는 수레바퀴 속에서 계속 달리지 않고 잠시 멈추었다가 “수레바퀴 아래”로 빠져 깔려버린 것이다.
책 말미에 해설을 보았다. 이 소설에는 19세기 말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수단으로 이루어진 독일 교육에 대한 비판 의식이 깔려있다고 한다. 당시 청소년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고, 그 해결책으로 학생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적 교육 체계와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지금 21세기는 어떤가. 한스가 살았던 그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초, 중, 고 아이들은 이름 있는 대학을 목표로 학업과 입시에 짓눌려 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 채 맹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탐구의 시간은 좀처럼 갖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나 또한 그 속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같은 처지다. 여전히 내 길이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 그래도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움직인다고 말할 수는 있다. 소설 속 불쌍한 한스가 되지는 않아야 하니까.
끝으로 이 책은 자식을 가진 부모가 읽어 봤으면 좋겠다. 부모의 삶 속에서 생긴 “결핍”을 자라나는 아이에게서 채우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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