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돌이는 우리 집 애완 달팽이 이름이다. 작년 4월에 우리 집에 왔으니 벌써 1년이 넘었다. 정식 명칭은 백와 달팽이, 아프리카에서 주로 서식하는 친구라고 한다.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데려왔지만 얼마 안 가 아이의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가끔 팽돌이가 당근을 먹고 주황색 응가를, 상추를 먹고 초록색 응가를 싸 놓은 걸 봤을 때 빼곤. 매일 아침 건조할까 봐 물을 뿌려주고 배고플까 밥을 챙겨주는 건 내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다. 아내가 조금 거들어주긴 한다. 우리가 먹는 상추나 양배추를 팽돌이용으로 조금 덜어내어 비닐백에 담아준다. "이거 팽돌이 먹이예요." 하며.
전용 사료가 있긴한데 건강을 생각해서 싱싱한 채소를 주려고 한다. 식성이 워낙 좋아서 뭐든 잘 먹긴 하는데 그중에서 애호박과 상추를 가장 잘 먹는다. 내 손바닥만 한 양상추를 넣어주면 반나절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가만히 들어보면 서걱서걱 상추 뜯어먹는 소리까지 들린다. 잘 먹어서 좋기도 한데 너무 잘 먹는 걸 보면 이 녀석이 얼마나 커질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더 큰 집으로 옮겨줘야 하는 건지 가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기도 한다. 큰 집으로 이사 가면 거기에 들어가는 흙도 더 사야 할 것이고 매주 한 번 집 청소해주는 내 공도 더 늘어날게 분명하다. 솔직히 주말마다 팽돌이 집 흙 갈아주고 물로 닦아주고 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1. 대야에 미온수를 받아 팽돌이를 옮긴다.
2. 묵은 흙은 비닐에 담아 집 근처 화단에 뿌린다.
3. 팽돌이 집을 물로 깨끗히 닦는다.
4. 새 흙을 고루고루 뿌려 펴준다.
5. 미온수 목욕을 다한 팽돌이를 깨끗이 청소한 집에 넣어준다.
주말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피곤한 날이 있다. 그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팽돌이 목욕을 시켜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 조금 많이 귀찮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긴 하다. 어쩔 수 없지 생명을 집에 들였으면 그에 마땅한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집청소와 목욕을 시켜주고 나면 팽돌는 기분이 좋은지 온 집을 신나게 누비고 다닌다. 그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하다. 밥 잘 먹는 거, 신나게 노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다니 팽돌이도 내 자식인가 싶기도 하고. 손가락 한마디 정도이던 녀석이 1년이 지나 내 검지와 중지를 합한 크기만큼 자란 것이 기특하다.
팽돌아,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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