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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 쓸거리 155

러브레터, 작별의 인사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겡끼데스!” 90년대 후반 한국에서 흥행한 일본영화 러브레터 속 여주인공의 유명한 대사이다. 중학교 2~3학년때쯤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다 본 영화인데 내 인생영화가 되어버렸다. 재밌다는 사람들 입소문 때문에 본 영화는 아니었고 OST가 좋아서였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영화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는데, 유키구라모토가 OST에 작업했고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화와 선율이 아름답다고 하길래 왠지 꼭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유키쿠라모토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영화에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다. 우선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들고 음반가게로 가 러브레터 OST를 샀다. 집으로 돌아와 커다란 전축에 테이프를 넣고 한 곡 한 곡 감상을 시작했다. ‘음~평온하고 잔잔하다.’ 하다..

트레비 분수의 기억 그리고 기질

대략 10년전쯤 첫직장 뛰쳐나와 받은 퇴직금으로 유럽여행을 떠났다. 과감한 성격은 아니라 혼자 갈 생각은 못하고 여행카페에서 동행을 구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 가까워 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말수도 적은 성격인데 낯선이들과 여행을?! 그것도 유럽이라는 먼 곳으로 떠날 작정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주변 지인들에게 인터넷 여행카페에서 생면부지 사람들과 만나 여행을 다녀왔다 말하면 "너가? 정말?"이라는 반응과 함께 의아해 한다. 사람은 여러 기질을 가지고 있다. 주위에서는 대표적으로 부각되는 면만을 보며 그 사람의 성향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대표 기질이 아닌 다른 여러 기질들이 상황에 따라 발현되고 표출되는게 아닐까. 나 또한 내향적인 대표적인 기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때로는 새로운 이들과 어울..

야근

야근을 즐기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가정 보다 일을 우선에 두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아저씨라면 모를까 대부분 야근의 ㅇ자도 싫어할 것 같다. 사실 나도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고 아저씨라 불리고있지만... 야근을 매우 심각하게 기피하는, 혐오하는 사람으로서 어쩌다 원치 않게 야근을 해야하는 날의 기분은 그야말로 땅바닥을 파고 들어갈 정도다. 오늘이 바로 그 날. 안그래도 바쁜 수요일에 월말 업무까지 겹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9시를 넘기고야 말았다. 텅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키보드를 뚝딱거리면 절간처럼 그렇게 적막할 수가 없다. 적막을 즐기는 성향인 나 조차도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의 적막은 노땡큐. 야근해도 보상 따윈 없으니 스스로 보상을 줘야만 하겠는데 딱히 그럴것이 없다. 저녁도 안 먹고 일한 탓에 배가..

우리집 꽃

아침에 눈 떠 마시는 물 한잔이 몸에 좋다하여 매일 마신다. ​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조그마한 네 입에 들어가는게 더 좋아, 투명한 유릿잔에 누우런 보릿물을 따라 입 앞에 갖다댄다. 돌아오는 짧은 한마디에 순간 온 집안이 활짝 핀다. "내가 꽃이야?"​ 무심한듯 그렇게 또 깨달음을 준다. 너는 정말 꽃이다. 집을 환히 비추는 어여쁜 꽃이다. 영원히 시들지 않을 우리집 꽃이다. ​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읽기와 쓰기는 동시적이다. 읽은 다음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읽는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쓰기가 전제되지 않고 읽기만 한다면 그것은 읽기 조차 소외시키는 행위다. 그런 읽기는 반쪽이다. 책을 덮는 순간 물거품 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저 몇 개의 구절만이 맴돌 뿐이다." "읽는 행위가 없는 학습은 없다. 책이 없는 배움은 없다. 묵독이든 낭독이든 낭송이든 일단은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사람을 읽고 계절을 읽고 사물을 읽는다. 오직 '읽기'에서만 가능하다. 희노애락에 끄달리지 않고 소유와 쾌락에 치달리지 않는, 공자와 '주역' 붓다가 도달한 그 거룩한 '기쁨'에 동참하는 길이. 그러니 그 지복을 누리고 싶다면, 부디 읽어라!"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배우고 때로 읽히니 또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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